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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 영성 이야기] (45) 일상 속 하느님 뜻을 알아보는 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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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022회 작성일Date 20-11-23 19:0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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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직장에서의 일이다. 중요한 과제 때문에 TF(Task Force·태스크 포스) 팀이 꾸려지고 내가 팀장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평소 직장 내 평판이 좋지 않은 직원 한 명이 팀에 포함됐다. 그 사람에겐 중요한 일은 맡기지 말고, 초기에 군기를 잡고 잘 감시하라는 동료의 조언도 있었다. 맡은 과제를 잘 해내고 싶었던 나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그를 잘 관리하고 압박해야 할까. 아니면 일단 그를 신뢰하면서 믿고 맡겨야 할까? 여러 생각들로 인해 마음이 심란했다.

    그래서 식별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식별(識別)은 마음 안에 일어나는 여러 움직임들 속에서 하느님께서 일으키시는 움직임을 알아챈 다음, 이를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먼저 특정한 마음의 치우침이나 선입견이 없도록 불편심(不偏心)을 가지고자 했다. 조직에서 성과가 제일 중요하다거나, 항상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당위적인 마음은 잠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하느님 뜻으로 식별한 것에 대해서는 기꺼이 선택하겠다고 마음도 먹었다.

    두 가지 상황을 두고서 마음을 살폈다. 만약 초기부터 그 직원에게 주의를 주고 중요 업무에서 배제시킨다면, 팀이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직원 입장에서는 일 시작도 전에 팀장이 자신을 선입견을 갖고 대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소외감을 느낄 것 같았다. 반대로 그에게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주고서 어쨌든 믿고 맡긴다면, 나중에 그 사람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성과가 좋지 않거나 내가 불편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로서는 팀장이 편견을 갖고 대한다는 느낌은 받지 않을 것이고, 신뢰받으며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무엇을 더 중요시하실까.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분께서는 내가 직원들과 신뢰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일해 가기를 바라신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좋은 성과를 내도록 애써야 하지만, 함께 하는 이들과 신뢰를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조율해 가기를 바라시는 것 같았다. 설령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그건 그때 가서 그에 맞게 대응하고 감당하면 될 것이다. 정글 같은 직장 생활 속에서 아직 벌어지지 않을 상황을 걱정하며 불필요하게 경직된 관계를 만들기보다는,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해 가려고 애쓰는 것이 하느님 뜻에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이 흘러가니 불안함도 없어지고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식별은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보는 좋은 도구이다. 복잡한 힘든 세상살이 속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평신도들은 매 순간 다양한 영들의 움직임 가운데 놓여진다. 거기서 때로 하느님의 영을 선택하기도 하고, 악한 영에 휩쓸릴 때도 있다. 이럴 때 식별은 하느님의 뜻을 무엇인지를 알도록 도움을 준다. 하느님 뜻을 알아보고 그것을 선택하게 되면 마음 안에서 깊은 자유로움과 위안이 동반된다.

    그러나 식별이 세상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별을 통해 선택한 것 때문에 인간적인 어려움이나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이 거기 있음을 신뢰하게 되면 그 어려움이나 고통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결국 그 직원은 나중에 작은 문제를 일으켰고, 나 역시 일부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했던 식별이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느님께서 내게 바라신 것은 그 사람이 가급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내가 경직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그와 신뢰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몫이었다. 그 사람에게 필요했던 회심이나 변화는 하느님께서 그와의 고유한 관계 안에서 이끌어 가실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모두 인생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여정에 있다. 그 길 위에서 많은 것들을 겪고 느끼며 순간순간 선택을 하게 된다. 만약 거기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식별하고 그것을 선택해 갈 수 있다면, 그렇게 되도록 영성적으로 수련을 한다면 우리는 좀 더 그분께 가까이, 좀 더 그분을 닮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준 (요셉·한국CLC 교육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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