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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 생태 영성, 하느님의 눈짓] 1. 하느님의 눈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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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832회 작성일Date 20-12-29 18:05

    본문


    어둠이 내린 귀갓길, 집에서 멀지 않은 성당을 지나가며 마당에 환하게 켜져 있는 트리와 구유의 불빛을 반가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내가 교회의 일원임을 확인하며 들뜬 마음으로 왁자지껄 맞이하였어야 할 성탄 전야의 전례를 집 안에 앉아 방송에서의 미사로 대신하면서 느꼈던 허전함은 적지 않았습니다. 마치 잔칫날 신랑을 맞이하러 나가지도 못하게 된 처녀의 아쉬움이랄까.

    그런데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 보면, 주님은 성당에만 계시는 분은 아니시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추운 아침 지하철로 향하는 동네 골목길에서 문득 바라본 하늘엔 하얀 반달이 떠 있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라뇽 마을을 지날 때 누군가 담벼락에 낙서한 “자연에서 하느님의 눈짓을 봅니다”(Nature is God’s Glitter)라는 글귀가 떠오르며, 크신 분이 내 출근길을 지켜보며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강한 안도감이 올라왔습니다. 아파트 베란다 한편에서 따뜻한 햇볕을 받아 피어나는 자그마한 꽃의 생명력에서도 하느님의 눈짓을 보며 우리가 하느님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새와 대화하며 모든 창조물을 형제자매라고 불렀던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연에서 하느님의 신비함과 선함을 관상하는 것을 즐기셨다고 전해집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프란치스코 성인을 교회의 생태론에 관한 주보 성인으로 선포하신 것은 인간의 일방적 독주가 창조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성찰에서 성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을 것을 제시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연 안에서 하느님의 성스러움을 발견하고 찬미하고자 하는 신앙 운동은 교회의 오랜 전통이기도 합니다. 겸손과 절제된 생활태도로 일정한 장소에 머물러 사는 정주(定住)의 영성을 근간으로 하는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전통, 소유를 멀리하고 자연과 형제적 사랑을 교감하는 성 프란치스코의 전통, 자연의 푸른 생명력인 비리디타스(Viriditas)를 인간을 구원하는 하느님 창조의 힘으로 보았던 힐데가르드 성녀의 전통, 우주론에 과학뿐 아니라 신화까지 포함하여 새로운 생태 문명의 시대를 제시한 토마스 베리에 이르기까지, 신앙의 역사는 그 시대에 있어서 하느님과 모든 창조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세계에 대한 생태적 전망을 추구해 왔습니다.

    한국 교회 안에서 생태 영성을 실천하는 시도가 ‘하늘땅물벗’이라는 이름으로 1991년 한마음한몸운동의 생활 실천 활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 6월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현대의 생태 위기에 대하여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을 제시하셨고, 그에 응답하여 생태 사도직 신앙운동 단체로서의 ‘하늘땅물벗’이 2016년 출범하였습니다.

    ‘하늘’은 우주로서의 하늘뿐 아니라 하느님의 무한한 초월성을 향하는 우리의 신앙이 지향하는 곳입니다. ‘땅’은 세상의 모든 창조물이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이 드러나는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인간과 모든 동식물의 생명체, 그리고 흙과 바위와 모든 원소가 서로 하느님 안에서 연결되어 존재합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면서 또한 하느님 안에서 거듭나는 세례 성사의 물질적 재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든 창조물을 ‘벗’으로 받아들여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신앙 실천의 목표로 합니다.

    비록 닫힌 성당을 아쉬워하며 보낸 성탄이었지만, 우리 삶을 통하여 만나는 자연과 일상 안에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눈짓을 발견하기를 권해봅니다. 그곳에서 아기 예수로 오신 주님을 만나 경배드리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하늘땅물벗 홍태희(스테파노) 반석벗(회장)
     


    가톨릭평화신문 2020-12-2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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